기타 줄 재질이 주파수를 바꾸는 과학적 이유: 프로 연주자가 알려주는 핵심 원리

기타를 오래 연주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렇게 궁금해한다.
“같은 굵기, 같은 장력인데 왜 재질만 바꿔도 소리가 이렇게 달라질까?”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재질이 다르면 소리도 다르겠지” 정도로 이해하지만, 실제 차이는 훨씬 더 깊고 과학적이다. 기타 줄(스트링)의 재질은 진동 방식, 음색(톤), 주파수 응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며, 사실상 기타 톤의 절반 이상을 좌우한다.

오늘은 프로 연주자의 관점에서, 그리고 물리학적 관점에서 스트링 재질이 어떻게 주파수를 바꾸는지를 정확하게 설명해본다.


1. 주파수는 ‘진동 속도’로 결정된다 – 기본 원리부터 이해하자

기타 줄 소리(음 높이)는 다음 공식에 따라 결정된다.

f = (1 / 2L) × √(T / μ)

  • f: 주파수
  • L: 줄 길이
  • T: 장력
  • μ: 선밀도(줄의 질량)

즉,
같은 기타, 같은 길이, 같은 장력이라면 ‘선밀도(μ)’가 주파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선밀도를 바꿔버리는 것이 재질이다.

● 예시

강철(스틸) = 밀도 높음 → 무거움 → 진동 속도 느림 → 낮은 주파수
니켈 = 중간
티타늄 = 가벼움 → 더 빨리 진동 → 높은 주파수

따라서 줄의 재질은 음정의 미세한 차이뿐 아니라,
그 음정 위에 쌓이는 **배음 구조(음색)**도 크게 바꿔 놓는다.


2. 밀도(Density)가 바뀌면 주파수가 달라진다

줄 재질마다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굵기라도 선밀도 μ는 달라진다.

● 예: 0.010 게이지 줄

  • Pure Nickel(순 니켈) → 밀도 낮음 → 상대적으로 가벼움
  • Nickel-Plated Steel(니켈 도금 강철) → 더 무거움
  • Stainless Steel(스테인리스) → 밀도+강도 높음
  • Bronze(동계열) → 금속 밀도 높고 울림 범위 넓음

선밀도가 올라가면 주파수는 조금 더 낮아지고,
선밀도가 낮아지면 주파수는 조금 더 높아진다.

물론 조율 페그로 음정을 맞추기 때문에 Pitch 자체는 같아지지만,
진동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져 음색 차이가 발생한다.


3. 탄성(Young’s Modulus)이 바뀌면 진동 속도가 달라진다

줄 재질이 가진 **탄성계수(Young’s modulus)**는
진동이 전달되는 속도와 고주파 성분을 좌우한다.

  • 스테인리스 → 탄성 높음 → 진동 속도 빠름 → 고음 강조
  • 니켈 → 탄성 낮음 → 진동 속도 낮음 → 따뜻한 톤
  • 브론즈(어쿠스틱) → 탄성 중간 → 광대역 배음 형성

즉, 탄성이 높은 금속일수록
같은 세기로 피킹해도 더 맑고 선명하며 고주파가 살아 있다.

반대로 탄성이 낮은 금속은
소리가 부드럽고 둥글며 중음이 두드러진다.


4. 표면 경도(Hardness)가 바꿔버리는 ‘고주파 성분’

줄을 튕길 때 발생하는 가장 큰 차이는 어택 시 생기는 고주파다.
이 고주파는 갈라지는 듯한 밝은 소리를 만들어 내거나,
혹은 반대로 부드럽게 감쇄되기도 한다.

● 경도가 높은 금속 (스테인리스, 티타늄)

  • 피킹 시 마찰이 적고
  • 표면이 단단하여
  • 고주파(브릴리언스)가 강하게 발생

그래서 스테인리스 스트링은 똑같은 게이지라도
훨씬 밝고 공격적인 느낌이 한다.

● 경도가 낮은 금속 (니켈)

  • 마찰이 크고
  • 진동 시 고주파가 빨리 감쇠
    더 따뜻하고 빈티지한 톤 생성

즉, “음정은 같지만 음색은 다른” 근본적 이유는 여기서 나온다.


5. 자기장 반응(Magnetic Response)이 음색을 좌우한다

일렉기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자기장 반응도다.
픽업은 금속이 자기장 속에서 움직이며 생기는 전류를 읽어 톤을 만든다.

● 강철(스틸·스테인리스)

자기장 반응이 강해

  • 신호가 크고
  • 어택이 강하며
  • 고음이 탄탄하게 잡힌다.

● 니켈

자기장 반응이 상대적으로 부드러워

  • 하이엔드가 둥글고
  • 중음이 두드러지며
  • 빈티지 톤 형성

● 브론즈

어쿠스틱에서 쓰는 브론즈는
자기장 반응이 거의 없어 일렉 픽업이 읽지 못한다.
그래서 브론즈 줄은 일렉기타에서 쓸 수 없는 것이다.


6. 줄의 재질이 배음(Harmonics) 구조를 바꾼다

줄이 진동하면 기본 주파수 외에 여러 배음(1배음, 2배음, 3배음…)이 만들어진다.
재질은 이 배음의 강도, 분포, 감쇠 속도를 바꾼다.

● 스테인리스

  • 고차 배음(6~12kHz)까지 강하게 발생
    → 사운드가 밝고 생동감 있음
    → 솔로에서 존재감이 잘 드러남

● 니켈

  • 2~5kHz 중심의 미들 배음이 강조
    → 두툼하고 따뜻한 톤
    → 빈티지 락, 블루스에 최적

● 브론즈

  • 200~4kHz까지 넓게 퍼지는 배음
    → 어쿠스틱 특유의 풍성한 공명

결국 재질은 음색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7. 프로 연주자가 실제로 줄을 선택하는 기준

많은 프로 기타리스트들은 다음 기준으로 줄을 선택한다.

✔ “밝기부터 결정한다”

  • 밝고 화려한 사운드 → 스테인리스
  • 중음 중심의 따뜻한 사운드 → 니켈

✔ “배음 반응으로 결정한다”

솔로 위주 연주자들은
배음이 잘 터지는 스테인리스나 니켈 플레이트를 선호한다.

✔ “피킹 감촉”도 매우 중요

줄 재질로 인해 피킹이

  • 스무스한가
  • 거친가
  • 저항감이 있는가
    이 느낌 또한 연주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8. 결론 – 줄 재질은 ‘주파수 + 배음 + 자기장’ 3가지를 동시에 바꾼다

정리하면 기타 줄 재질이 소리를 바꾸는 이유는 단 하나가 아니다.

  1. 밀도가 달라 선밀도가 변한다 → 주파수 변화
  2. 탄성·경도가 달라 진동 속도와 고주파 발생량이 달라진다 → 음색 변화
  3. 자기장 반응이 달라 픽업이 읽는 신호가 달라진다 → 전기적 톤 변화
  4. 배음 구조가 달라 음색 개성 자체가 바뀐다

따라서 스트링 재질을 바꾸는 것은
단순히 “소리가 좀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기타 톤의 구조 자체를 완전히 다시 설계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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