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상들의 귀신 썰) 17세기의 퇴마 선비들

17세기 조선에선 퇴마사, 도술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사라졌는데, 그중에 퇴마영역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그 퇴마사의 역할을 바로 선비들이 행하는 이야기로 바뀐다.

다음은 천예록에 실린 17세기 퇴마 선비들의 이야기.

 

1. 귀신병사를 부리는 임실의 선비

[배경연대 17세기중반인 1654- 1655년(효종 재위:1649년 ~ 1659년)]

(1)
효종 갑오·을미년 사이에 임실의 어떤 선비가 스스로 능히 귀신을 부릴 수 있다고 하면서,
그가 늘 부리는 것은 두 귀졸 (鬼卒)이라고 하였다.

하루는 어떤 사람과 마주앉아 장기를 두며 약속하기를, 지는 사람은 볼기를 맞기로 했다.
상대방이 이기지 못하였는데도 약속을 어기고 볼기를 맞지 않았다.

선비가 말하였다. “만약에 순순히 벌을 받지 않으면 나중에 더욱 해로울 것이오.” 

그래도 그 사람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그 선비는 공중을 향하여 마치 누구를 불러 분부하듯 하였다.

그 사람이 즉시 제 발로 뜰에 내려가 볼기를 드러내니, 공중에서 채찍으로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여섯 차례 때리자, 그의 볼기 곳곳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그가 아픔을 이기지 못하여 애걸하니, 선비가 그때서야 웃으며 그를 풀어 주었다.

(2)
또 일찍이 어떤 사람과 이실 관아에 앉아 있었는데, 그 뒷동산에 대숲이 있었다.

대숲 밖에 있는 마을에서 마침 굿을 하느라고 북소리가 둥둥 울렸다.

선비가 홀연 뛰어 내려가더니 동산이 이르러 대숲을 향해 버럭 성을 내며 큰 소리로 꾸짖는가 하면 눈을 부릅뜨고 팔을 휘두르는 것이 마치 무엇을 쫓아내는 모습 같았다.

한참 만에 돌아오자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왜그러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선비가 대답하였다. “한 떼의 잡귀가 굿하는 곳으로부터 이 대숲에 모여들었소. 꾸짖어 쫓지 않으며 수풀에 깃들여 인가에 해를 끼칠 것이므로, 내가 화가 나서 쫓았을 뿐이오.”

(3)
또 하루는 어떤 선비와 함께 길을 가다가, 문득 길가에서 공중을 향해 꾸짖는 것이었다.

“너는 어찌 감히 이 죄 없는 사람을 붙잡아 가느냐? 네가 만약 놓아주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벌을 줄 것이다.” 말투가 매우 성나 보여서, 함께 가던 사람이 그 까닭을 물었으나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저녁에 어느 촌가에 묵으려고 하니, 질병이 있다고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비가 종을 시켜서 꾸짖고 억지로 들어갔다.

주인의 아내와 딸이 자주 창틈으로 그를 내다보고 무어라고 지껄이며 놀라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워진 뒤에 주인 늙은이가 주안상을 차려 가지고 와서 사례하며 말하였다.

“저에게 딸이 있는데, 갑자기 중병이 들어 오늘 죽었습니다. (죽은 줄 알고 난 후) 한참 뒤에 다시 소생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귀신 하나가 나를 데려가더니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귀신을 꾸짖으며 놓아주라고 하자, 그 귀신이 매우 두려워하며 곧 저를 놓아주어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가 문틈으로 선비님의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분이 귀신을 꾸짖던 사람입니다. 딸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존귀하신 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만, 선비님은 신선이십니까, 부처이십니까? 이는 다시 살려주신 은혜이므로 감히 하찮은 음식으로나마 사례를 올립니다.”

선비가 웃으며 음식을 받고 말하였다. “당신의 말이 망령되오. 내가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소.” 

그 선비는 그로부터 7,8년이 지난 후에 병들어 죽었다고 한다.

 

2. 퇴마사 황철

(약 15-16세기, 어우야담에 실린 내용들)

(1)능력을 얻다

황철(黃轍)은 술사이다. 젋었을 때 절을 유람하였는데, 어떤 노승이 숙환으로 객사에 머물고 있었다. 밤에 산의 계곡에서 사슴의 울음소리가 나자 노승이 화를 내며 말하였다.

“하늘같은 스승이 여기 머물고 있는데 저것이 어찌 감히 당돌히 나쁜 소리를 내는가? 여러 사미(沙彌, 주: 20세 이하의 남자 예비승려)들은 시험 삼아 가 보시오.”

다음 날 아침 절 문 밖에 과연 죽어 있는 큰 사슴이 있었다.

황철은 기이하게 여겨 몸을 바쳐 종이 되기를 원하여 그 술법을 모두 전수받아 세상에서 행세하였다.  괴이하고 놀라우며 영험하고 이상한 일이 많았다.

일찍이 말하였다. “내가 전에 보니, 육지에는 사람과 귀신이 서로 섞여 있다. 귀신이 길에 다니는 것이 마치 종루(鐘樓) 거리에 행인이 많은 것과 같아서, 귀신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사람이 스스로 보지 못한다. 세간에서 사람이 귀신의 빌미를 만난 자는 맞이해서 빌면 반드시 효험이 있을 것이다.”

(2)1597년의 행적

좌랑(佐郞) 김의원(金義元)은 종족 조카네 집안이 모두 요사스러운 병을 앓자 황철에게 낫게 해주기를 부탁하였다.

황철이 말하였다. “이는 원수가 사람의 머리뼈를 가루 내어 온 집안에 두루 뿌렸기 때문에 귀신이 사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부적과 주문으로 끝낼 수 있습니다.”

곧 붉은 부적을 벽에 붙이고 주문을 세 번 두루 외웠을 뿐인데, 반딧불이 집 안에 가득하더니, 담장 모서리로 날아가 모여서는 한 덩어리로 쌓였다.

그때가 겨울이어서 반딧불이 없으므로 집안사람들이 모두 이상히 여겨 불을 켜고 보았다. 그랬더니 뼛가루가 모여서 하나의 두개골을 이루고 있었다.

마침내 그것을 깨끗한 땅에 묻었더니, 이후로는 모든 병이 다 나았다.

(3)꿈에서도 귀신을 잡다

선비 안효례(安孝禮)의 유모가 나이 칠십이었는데, 학질에 걸려 고통이 심하므로 황철을 오게 하였다.

황철이 가지 않으며 말했다. “내가 비록 가지 않으나, 내일 정오에 반드시 이상한 일이 꿈에 보일 것이며, 그 후로는 병이 나을 것이다.”

과연 다음날 정오가 되었는데, 유모가 아파서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꿈속에서 한 여자가 금히 유모의 등 뒤로 뛰어들며 살려달라고 애걸하는데, 어떤 푸른 옷을 입은 남자가 곧장 등 뒤로 가서 그 여자를 묶어 가버렸다. 꿈이 깨니, 정말 씻은 듯이 나았다.

또 귀신을 잡아 상자에 잡아넣고 봉해 버린 적이 있었다. 상자 속에서는 괴성이 나며, 상자가 저절로 펄쩍펄쩍 뛰었다. 상자를 돌에 묶어 강에 던졌더니, 귀매(鬼魅)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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